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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맛집'엔 맛있는 음식이 없다 1. 수영을 하기엔 덥지만 춥습니다 남편은 아들의 자는 모습이 예쁘다며 사진을 한 장 찍어두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아이는 잘 때가 가장 예쁘다. 이건 분명 만고불변의 진리인 것 같다. 느긋하게 호텔 조식을 먹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뒤 수영장에 내려왔다. 우리보다 먼저 온 투숙객들이 대부분의 썬베드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수영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햇볕은 무척 뜨거웠지만 바람이 불어서 땀이 날 정도의 날씨는 아니었다. 게다가 물이 아직 데워지지 않아 수온이 무척 낮게 느껴졌다. 남편과 아들이 조심스레 물속에 발을 넣었다. 하지만 이내, '앗, 차가워!'라고 외치며 발을 뺐다. 선뜻 물속에 들어갈 생각을 못하고 그렇게 한참을 머뭇거렸다. 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그저 썬베드에 앉.. 2023. 1. 9.
A도 B도 전부 다 가질 수는 없을까 1. 내가 장난감을 사주지 않는 이유 호텔에서는 투숙객에게 셔틀버스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셔틀버스를 타고 홍콩역에서 내렸다. 남편은 셔틀버스가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시간과 탑승 위치를 확인한 뒤 버스에서 내렸다. 정확히 2년 1개월 만에 다시 찾은 홍콩이다. 적당히 날이 흐려서 덥지 않아 좋았다. 어스름한 해 질 무렵의 그 분위기도 좋았다. 거기에 적당히 부는 바람까지 더해져 걷기에 안성맞춤인 날씨다. 옆에서 종종걸음으로 따라 걷던 아들이 음반 매장을 발견하자 안에 들어가고 싶다고 한다. 우리는 목적지도 없고 바쁜 일도 없으므로 아이가 그렇게 하도록 두었다. 아이는 한참 동안 매장 안의 물건들을 만지작 거렸다. 작은 목소리로 뭔가를 중얼거리기에 가까이 가서 들어보니 '이것도 갖고 싶고, 저것도 갖고 싶네.. 2023. 1. 8.
잠시 홍콩에 다녀오겠습니다 1. 나는 따끈한 국물 요리가 먹고 싶다 우리 가족은 새벽 3시에 일어났다. 그리고 재빨리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나왔다. 미리 온라인 체크인을 해두길 잘했다. 탑승 수속이 따로 필요 없기 때문이다. 짐을 부치고 나니 허기가 몰려온다. 시간이 너무 일러서 마땅히 들어갈 만한 식당이 없다. 지하로 내려가니 문 연 식당은 딱 두 군데뿐이다. 한 곳은 햄거버를 파는 패스트푸드 음식점, 다른 한 곳은 한식당이었다. 아침부터 햄버거를 먹고 싶지는 않았기에 한식당으로 향했다. 다양한 메뉴가 있었지만 이른 시간이라 대부분이 불가 메뉴였다. 몇 개 안 되는 메뉴에서 겨우 고르고 주문을 했다. 하지만 음식이 나오려면 15분이나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비행기 티켓팅 시간이 아슬아슬했다. 결국 주문한 음식을 취소했다. 그.. 2023. 1. 7.
오늘 하루도 참 즐거웠습니다 1. 레오날드 베이커리의 갓 구운 도넛 우리 셋 다 다이아몬드 헤드에서 조금 걸었더니 배가 고프다. 여행책자에 소개된 레오날드 베이커리에 가보기로 했다. 빨강, 노랑, 파랑 등 원색을 사용한 화려한 간판이 보인다. 주차 안내도 잘 되어있고 주차장도 제법 넓다. 하지만 막상 빵집 자체는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상당히 작았다. 진열되어 있는 빵 종류도 몇 가지 되지 않았다. 우리처럼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꾸준히 드나드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음식이 조금만 유명해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인기 있는 가게 사장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가게의 규모를 키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더 많은 수익을 낸다. 하지만 하와이는 달랐다. 세계적인 관광지인 하와이에서, 관광 책자에 실릴 정도로 유명.. 2023. 1. 6.
고생 끝에 낙이 온다 1. 아들아, 잠 좀 자자 지난 새벽, 아들은 새벽 한 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잠에서 깨어났다. 더워서 깬 건지, 내가 옆에 없어서 깬 건지 그 이유는 모르겠다. 나는 자유시간을 실컷 누리다가 막 자려던 참이었다. 타이밍이 참 절묘하기도 하지. 나는 재빨리 불을 끄고 자는 척을 했다. 그리고 아들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말했다. - 아직 깜깜한 밤이야. 아침이 밝으려면 멀었어. 하지만 아들의 목소리는 이미 잠에서 다 깬 듯했다. 나는 아들을 다시 재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래서 다시 거실 스위치를 켰다. 거실은 다시 환하게 밝아졌다. 그렇게 아들은 두 시간이 넘도록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나는 잠이 쏟아지는 것을 더 이상 못 참고 다시 불을 껐다. 이미 새벽 세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아침이 되자 .. 2023. 1. 6.
가끔은 천천히, 느리게 걷는 것도 좋아 1. 돌림노래 하듯이 감기를 주고받다 나의 예상을 깨고, 눈을 뜬 시간은 오후 12시였다. 아직도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건 목의 통증이 많이 나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콧물이 나기 시작했다. 나와는 반대로, 남편은 콧물이 멈추고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코를 풀더니, 이젠 목이 아프다며 계속 콜록거린다. 여름 감기는 정말이지 끈질겼다. 그래도 아들은 아프지 않고 건강하니 그거면 충분했다. 참으로 다행이다. 목이 아프니 침을 삼키거나 음식을 삼킬 때마다 통증이 느껴졌다. 코가 막히니 냄새를 못 맡고 맛을 잘 느끼지 못했다.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 나는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 왜 이렇게 감기가 안 낫는 거지? 잠이 부족해서 그런가? .. 2023. 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