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따끈한 국물 요리가 먹고 싶다
우리 가족은 새벽 3시에 일어났다. 그리고 재빨리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나왔다. 미리 온라인 체크인을 해두길 잘했다. 탑승 수속이 따로 필요 없기 때문이다. 짐을 부치고 나니 허기가 몰려온다. 시간이 너무 일러서 마땅히 들어갈 만한 식당이 없다. 지하로 내려가니 문 연 식당은 딱 두 군데뿐이다. 한 곳은 햄거버를 파는 패스트푸드 음식점, 다른 한 곳은 한식당이었다. 아침부터 햄버거를 먹고 싶지는 않았기에 한식당으로 향했다. 다양한 메뉴가 있었지만 이른 시간이라 대부분이 불가 메뉴였다. 몇 개 안 되는 메뉴에서 겨우 고르고 주문을 했다. 하지만 음식이 나오려면 15분이나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비행기 티켓팅 시간이 아슬아슬했다. 결국 주문한 음식을 취소했다. 그리고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패스트푸드 식당에 들어가 앉았다. 햄버거를 먹는 게 마치 모래알을 씹는 것 같은 기분이다. 따끈하고 얼큰한 국물 생각이 간절하다.
미리 주문한 면세품을 찾고 탑승 게이트 앞에 앉았다. 면세점에서 20인치 캐리어를 하나 샀다. 우리가 가진 캐리어 중 가장 작은 사이즈다. 광택이 나는 핑크색 캐리어는 가운데 비행기 로고가 새겨져 있다. 아들에게 건네주며 '이제부터 네 거니까 잘 챙겨'라고 말했다. 아들은 무척 신이 나서 캐리어를 이리저리 끌고 다녔다.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빈 캐리어를 마치 무슨 보물이라도 되듯이 어루만진다. 그러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번호키를 돌려보기도 했다.
2. 저가항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
비행기는 30분씩이나 연착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한식당에서 밥을 먹을 걸 그랬다. 비행기는 아침 일곱 시가 다 되어서야 이륙했다. 우리가 이번에 이용한 항공사는 워낙 연착으로 유명했다. 30분 정도는 정말 양호한 편이라고 한다. 몇 년 전에 코타키나발루로 여행을 갈 때도 저가 항공을 이용한 적이 있다. 그때 너무 힘들었던 기억 때문에 다시는 저가 항공을 타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으로 프로모션을 펼치는 저가 항공의 유혹에 또 넘어가고 말았다. 이래서 '공짜면 사약도 마신다'는 말이 나왔나 보다. 역시나 비행기 안은 무척 비좁고 소음과 진동도 심했다.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3. 홍콩에서의 첫 끼니
홍콩 공항에 내리자마자 눈에 띄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새벽에 첫 끼니로 햄버거를 먹은 탓에 속이 너무 느끼했다. 공항 내에 있는 식당 메뉴는 무척 다양했다. 하지만 인천 공항과 마찬가지로,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선택할 수 있는 메뉴는 몇 개 없었다. 메뉴판의 사진을 보고 세 가지를 골랐다. 콘지는 다소 짜긴 했지만 먹을만했다. 다른 하나의 메뉴는 비위가 상해서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아들은 버터 바른 빵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했다. 남편은 음식이 짜다고 계속 불평했지만 깨끗하게 한 그릇을 비워냈다. 그래도 따뜻한 음식을 먹으니 뭔가 기운이 나는 것 같았다.
4. 원하시는 목적지를 말씀하세요
우리는 하버 플라자 노스 포인트에서 나흘간 머물렀다. 이 호텔은, 여행객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인 AEL보다는 버스를 이용하기 좋은 위치에 있었다. A12번 버스를 타면 환승을 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시간은 조금 더 걸리지만 호텔 앞에서 바로 내릴 수 있는 A12번을 타기로 했다. 버스에 올라타니 잠이 쏟아진다. 배도 부르고 긴장도 풀렸기 때문인 것 같다. 버스가 이동하는 한 시간 반동안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원래 홍콩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전이었다. 그래서 숙소를 예약할 때 얼리 체크인을 해야 하나 고민했다. 결과적으로는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비행기가 연착됐고, 공항에서 밥을 먹었고,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버스를 이용했다. 그래서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체크인 시간과 거의 비슷했다.
이번엔 겨우 4일간 홍콩에 머물렀다. 워낙 짧은 여정이라 괜히 마음만 분주했다. 그래서 숙소에 도착하면 짐만 풀고 바로 외출하기로 계획했다. 하지만 침대에 누우니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침대 위에서 두 시간 정도를 뒹굴다가 겨우 밖으로 나왔다. 잠이라도 들었으면 첫날은 그냥 날릴 뻔했다.
남편은 여행지에서 항상 길을 찾느라 바쁘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얘기하면, 남편은 어디든 데려다준다. 그것도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말이다. 나는 길치이고, 남편은 인간 내비게이션이다. 참으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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