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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도 참 즐거웠습니다

by 7pipeline 2023. 1. 6.

슈가파우더를 뿌린 갓 구운 도넛들

1. 레오날드 베이커리의 갓 구운 도넛

우리 셋 다 다이아몬드 헤드에서 조금 걸었더니 배가 고프다. 여행책자에 소개된 레오날드 베이커리에 가보기로 했다. 빨강, 노랑, 파랑 등 원색을 사용한 화려한 간판이 보인다. 주차 안내도 잘 되어있고 주차장도 제법 넓다. 하지만 막상 빵집 자체는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상당히 작았다. 진열되어 있는 빵 종류도 몇 가지 되지 않았다. 우리처럼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꾸준히 드나드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음식이 조금만 유명해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인기 있는 가게 사장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가게의 규모를 키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더 많은 수익을 낸다. 하지만 하와이는 달랐다. 세계적인 관광지인 하와이에서, 관광 책자에 실릴 정도로 유명한 빵집이지만 유명세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그냥 동네의 조그마한 빵집 정도로 여기고 지나쳤을 것이다. 

직원에게 베스트 제품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그 직원은 오리지널 도넛을 추천해 주었다. 예쁜 분홍색 상자에 도넛 여섯 개가 담겨 있었다. 막 구워져 나온 도넛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위에 뿌려진 설탕은 식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특별함은 전혀 없었다. 갓 구운 빵은 그 어디에서 팔아도 이 정도 맛은 나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전통 재래시장에서 파는 설탕 꽈배기가 훨씬 맛있는 것 같았다. 먹거리는 정말 K푸드가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한국의 모든 길거리 음식들이 떠오르며 그곳이 그리워졌다.

 

2.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후 다섯 시가 다 되어가지만 하늘은 여전히 밝다. 남편은 지도를 보면서 그냥 집에 들어가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노스쇼어 샥스코브'에 가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노스쇼어 샥스코브'까지는 차를 타고 한참을 가야만 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나는 물놀이 장비를 챙겨서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모래사장 위에 대충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리의 대각선 앞에 앉아있는 서양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아이들은 당근, 오이 등을 간식으로 먹고 있었다. 우리 아들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다. 늘 몸에 안 좋은 불량식품만 달고 사는 아들과 비교된다. 간식으로 채소스틱을 먹다니, 참으로 생경한 모습이다. 자극적인 맛과 색소에 길들여진 우리 아들이 안타깝다. 

한참을 놀고 있는데 남편이 갑자기 이렇게 얘기한다.

- 여기는 노스쇼어 샥스코브가 아니네? 쓰리 테이블즈 비치야.

웃음이 나온다. 어디인지도 정확히 모르고 그냥 신나게 놀고 있었던 건가. 뭐,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자연의 모든 것이 놀이터가 되어주는 이곳은 하와이 아닌가. 그렇게 한 시간 반 가량 놀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있다.

 

3. 우리 세 식구 모여!

숙소에 도착하니 일곱 시 반이 다 되어간다. 아들은 오늘 역시 집에 오는 길에 잠이 들었다. 아들이 잠을 자는 동안, 남편과 나는 무척 고요하고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다. 느긋하게 저녁을 먹고, 말 그대로 진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남편은 방에서 혼자 자기 외롭다며, 안방에 있는 소파베드를 거실로 끌고 나왔다. 그리고 나와 아들이 사용하는 침대 옆에 소파베드를 나란히 붙였다. 속수에 방이 두 개나 있으면 뭐 하나. 결국은 또 이렇게 셋이 한 공간에서 딱 붙어 지내는 걸.

한국에 있을 때도 우리 가족은 늘 한 공간에 모여서 생활했다. 누군가 소파에 앉아 있으면 다른 한 명이 그 옆에 앉고, 그러면 나머지 한 명도 쫓아와서 딱 붙는다. 그래서 남편은 우스갯소리로 늘 이렇게 말하곤 했다.

- 이럴 거면 그냥 원룸으로 이사 가자. 방 세 개가 뭐가 필요해.

아주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난 이렇게 늘 함께 있는 우리 가족이 참 좋다. 남편과 나의 사이가 무척 좋아서 아들이 가끔 질투를 할 때도 있다. 남편은 나를 가장 먼저 챙기고, 나는 아들을 우선시한다. 아들은 아빠를 무척 좋아하고 따른다. 그래서 이렇게 장기 여행을 하면서도 특별한 다툼 없이 좁은 공간에서도 잘 지내는 것 같다. 사이좋은 엄마와 아빠를 보며 자란 아들은, 벌써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있지도 않은 가상의 '신부'를 종종 언급하며 자기도 빨리 결혼을 할 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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