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돌림노래 하듯이 감기를 주고받다
나의 예상을 깨고, 눈을 뜬 시간은 오후 12시였다. 아직도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건 목의 통증이 많이 나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콧물이 나기 시작했다. 나와는 반대로, 남편은 콧물이 멈추고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코를 풀더니, 이젠 목이 아프다며 계속 콜록거린다. 여름 감기는 정말이지 끈질겼다. 그래도 아들은 아프지 않고 건강하니 그거면 충분했다. 참으로 다행이다.
목이 아프니 침을 삼키거나 음식을 삼킬 때마다 통증이 느껴졌다. 코가 막히니 냄새를 못 맡고 맛을 잘 느끼지 못했다.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 나는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 왜 이렇게 감기가 안 낫는 거지? 잠이 부족해서 그런가?
하지만 내 이야기를 들은 남편은 콧방귀를 뀌며 이렇게 답했다.
- 수면 부족이 아니라 그 반대야. 잠을 너무 많이 자서 안 낫는 거야.
나는 손가락을 접어가며 몇 시간이나 잤는지 세어 보았다. 계산을 해보니 지난밤에만 해도 열 시간이 넘게 잤다. 남편의 말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숙면을 취한 것도 아니고, 더워서 밤새 뒤척였다. 남편의 말이 틀린 것 같기도 하다.
2. 밥을 먹었으면 간식은 필수지
오늘은 일본 슈퍼마켓에서 끼니를 해결해 보기로 했다. 대충 세수만 하고 편한 차림으로 걸어 나왔다. 작은 도로 하나만 건너면 되는 게 너무 편하고 좋았다. 역시 숙소의 위치는 정말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장 바깥쪽에는 작은 식당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식사를 할 수 있는 테이블이 여러 개 마련되어 있었다. 메뉴도 다양했다. 한식, 중식, 일식, 베트남식, 하와이안 현지식까지 없는 게 없었다. 무엇을 고를지 선뜻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나는 식당 주변에서 한참을 서성이다가 BBQ 세트와 오코노몸야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음식이 내 입맛에는 조금 짰지만, 어제 한국 슈퍼마켓에서 먹었던 것보다는 훨씬 먹을만했다. 입이 짧은 아들도 제 몫을 다 먹어치웠다. 아이가 밥을 잘 먹을 때 부모는 가장 뿌듯한 마음이 든다. 이렇게 음식을 남기지 않고 다 먹으면, 아들은 무척이나 당당해진다. 대단한 일이라도 한 듯이, 내 손을 이끌고 과자 코너로 향한다. 아들은 너무 많은 종류의 과자를 보더니 어떤 것을 선택할지 어려워한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아들은 마침내 초콜릿 맛이 나는 곰돌이 모양의 쿠키를 골랐다.
3. 냉장고의 미스터리
- 오늘은 몸도 안 좋은데, 대형마트에 다녀와서 그냥 쉬는 게 어때?
- 그래, 좋아.
- 대신 드라이브도 할 겸,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대형마트로 가 보자.
- 그래, 알았어.
여행지에 오면 늘 남편이 먼저 제안을 하고, 나는 그의 의견을 수용하는 편이다. 그나저나 정말 이상한 일이다.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마트에 가서 무언가를 산다. 그런데 왜 냉장고를 열면 먹을만한 음식이 항상 없는 걸까.
오하우 섬에만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대형 마트가 네 군데 있다. 오늘은 그중에서 두 번째로 가까운 마트에 가보기로 했다. 구글맵으로 거리를 검색해 보았다. 대형 마트 말고도 여러 가지 프랜차이즈 매장이 모여있는 대단지 쇼핑타운이다. 또한 마트의 뒤편으로는 바다가 접해 있었다. 장을 보고 난 후, 가볍게 산책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장을 본 날에는 늘 상차림이 푸짐하다. 비록 그게 딱 한 끼뿐일지라도 말이다. 그렇게 푸짐하게 먹고 나면 그다음 날은 같은 메뉴가 먹기 싫어진다. 때문에 냉장고의 식재료는 계속 쌓이고, 나는 또다시 장바구니를 들고 마트를 향해 간다. 나만 그런 건지, 대부분의 주부가 다 그런 건지 모르겠다.
아들은 하와이에 오더니 갑자기 식욕이 왕성해진 모양이다. 밥 한 공기를 가득 먹더니, 딸기 한 접시와 요구르트, 초콜릿 등의 간식을 먹는다. 아들의 배가 이미 볼록하게 튀어나왔는데 이번에는 팬케이크를 구워달라고 한다. 평소에 많이 먹지 않는 아이가 갑자기 너무 많이 먹으니, 탈이라도 날까 무서워 양치를 시켰다.
하와이에 온 지 벌써 닷새가 지나고 있지만 숙소의 더운 공기는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다. 그나마 방보다는 거실이 아주 조금 더 시원한 편이다. 그래서 거실에 소파베드를 펼쳐놓고 자기로 했다. 제발 새벽에 깨지 않고 숙면을 취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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