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5 10년 만에 다시 찾은 런던 1. 10년 후, 우리가 처음 만난 곳으로 정확히 10년 만이다. 이번 결혼기념일은 남편과 내가 결혼한 지 정확하게 10년이 되는 날이다. 우리 부부는 영국에서 처음 만났다. 같은 고향 사람이지만 그 작은 도시에서는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서 영국, 그것도 런던에서 만났고 그렇게 연인이 되었다. 결혼을 하면서,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을 기점으로 10년 후에 다시 런던에 오자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10년은 정말 순식간이었고, 사는 게 바빠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더 흘러 결혼한 지 10년째 되는 날, 우리는 다시 런던 땅을 밟았다. 비록 처음 만난 날로부터 10년은 아니지만, 결혼 10주년도 나름 의미 있는 날짜였다. 2. 이코노미의 서러움, 그리고 입국 심사 런던.. 2023. 1. 15. 내가 아프리카 대륙을 밟게 되다니! 1. 말하는 대로, 생각한 대로 언젠가는 꼭 아프리카에 가겠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하곤 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그 바람이 이루어졌다. 나는 글로 쓰고 말로 되뇌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맹신한다. 내가 직접, 그것도 여러 차례 경험해 보았기 때문이다. 비록 두 번의 경유지를 거쳐야 하는 여정이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른다.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하는 법. 이 또한 내가 맹신하는 철칙 중 하나이다. 아프리카에 가기 위해서는 황열병 예방 접종도 해야 하고, 경유지인 중국을 통과하기 위해 중국 비자도 따로 발급받아야 했다. 하지만 그 모든 수고스러움이 귀찮게 느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프리카에 갈 것이기 때문이다. 2. 시작부터 녹록지 않다 드디어 출발 당일이 되었다... 2023. 1. 14. 네 번째 홍콩, 그리고 첫 번째 마카오 1. 여행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지친다 홍콩은 벌써 네 번째 방문하는 도시다. 하지만 딱히 좋다거나 특별한 기억은 없다. 선호하는 여행지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자주 오게 된다. 이번에도 그냥 어쩌다 보니 시기가 딱 맞아떨어져서 오게 되었다. 이번 여행이 지금까지와 다른 점이 있다면 마카오를 방문하게 된다는 것이다. 홍콩엔 여러 번 와봤지만 마카오는 처음이다. 조금은 기대가 된다. 비행기 이륙 시간이 오전 10시라서 세 시간 전인 7시에 공항에 도착했다. 여유 있게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공항에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깜짝 놀랐다. 연휴도 아니고 휴가철도 아닌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걸까. 짐을 부치는 데에만 한 시간 넘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했다. 짐을 부쳐야 아침도 먹고 면세품도 찾고 라.. 2023. 1. 13. 게으른 여행자의 평범한 여행 일지 1. 배가 고프지만 먹고 싶지는 않아요 나보다 조금 일찍 일어난 남편이 커튼을 활짝 열어젖혔다. 창문 가득 쏟아지는 햇살에 눈이 부셔서 눈이 떠졌다. 꽤 오랜 시간 잔 것 같은데 여전히 피로가 풀리지 않았다. 어제 디즈니 랜드에서 너무 무리를 하긴 했나 보다. 무려 열 시간이 넘게 밖에서 걸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누군가 침대 안에서 내 몸뚱이를 끌어당기는 것 같은 기분이다. 더 자고 싶다, 5분만 더 자고 싶다... 주문을 외워 본다. 이불을 잡아당겨 몸에 돌돌 말아 감아 본다. 하지만 '배가 고프다'는 아들의 한 마디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용수철이 튀어 오르 듯이 침대를 벗어났다. 아들은 좀처럼 배가 고프다는 말을 하는 법이 없다. 먹는 것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런 아들의 입에서 '배고.. 2023. 1. 12. 내 생일이지만 네가 원하는 곳에 데려다 줄게 1. 우리가 아침 일찍 일어난 이유 일곱 시 반에 알람이 울렸다. 여행지에서조차 알람 소리에 눈을 떠야 한다는 게 못마땅하다. 하지만 오늘만은 어쩔 수 없다. 바로 우리 아들이 그토록 학수고대하던 날이기 때문이다. 잠에서 깬 아들이 나에게 아침 인사를 건넨다. - 엄마, 생일 축하해요. 생일 선물로 내 용돈 엄마한테 다 줄게요. 남편이 옆에서 그 말을 듣더니 아들에게 묻는다. - 엄마한테 다 주고 나면 아들은 앞으로 뭐 먹고살 거야? 아이는 잠시 고민하는 척하더니, 그렇다면 절반만 주겠다고 말을 바꾼다. - 아빠 생일에는 선물로 뽀뽀만 해 주더니, 엄마 생일에는 현금으로 주는 거야? 남편이 삐친 척해보지만, 아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일찍 일어나긴 했지만 그렇다고 서두르고 싶지는 않다. 여유 있게 조식을.. 2023. 1. 11. 우리가 사진과 글로 기록을 남기는 이유 1.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한다 하염없이 홍콩 도심의 골목을 휘젓고 다녔다. 그리고는 스타페리를 타고 침사추이에 가보기로 했다. 사실 남편은 어제도 침사추이에 가고 싶어 했다. 스타페리를 타고 가서 레이저 쇼를 보고 오는 게 그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나는 왜인지 썩 내키지 않았다. 일단 깜깜해질 때까지 돌아다니는 게 무서웠다. 아무리 홍콩이 세계적인 관광지라도 해도 우리나라처럼 치안이 훌륭한 곳은 거의 없다. 더군다나 어린 아들을 데리고 다니는데, 밤에 돌아다니는 건 내키지 않았다. - 그거 지난번에도 봤잖아. 그때도 별거 없다고 했던 거 기억나는데? - 그랬나? 그럼 그냥 가지 말자. 남편은 어제 분명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오늘 또 야경을 보고 싶다며 의중을 내비친다. 오늘 안 가면 내일 또 가자고.. 2023. 1. 10.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