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Lagoons at Ko Olina and Laundry

by 7pipeline 2023. 1. 5.

하와이의 야자수와 고운 모래, 그리고 에메랄드 빛깔 바다

1. 네 개의 라군이 있는 코 올리나

코올리나 라군은 내가 하와이에 오기 전에 가장 궁금했던 곳이다. 물론 가장 가보고 싶기도 했다. 사전 검색을 통해, 네 개의 라군에는 모두 고운 백사장이 깔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은 각각의 라군에 대한 특징을 설명하고, 어디가 제일 낫다는 등 나름의 점수를 매겼다. 하지만 주차장이 무척 협소하기 때문에 라군을 선택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냥 주차가 가능한 곳이 나오면 거기에 자리를 잡고 노는 수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막상 코올리나 라군에 도착해보니 네 개의 라군이 모두 연결되어 있었다. 때문에 그냥 걷기만 하면 어디든 원하는 곳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서 네 번째 라군 주변에 주차를 하기로 했지만 실패했다. 그다음으로 첫 번째 라군에서 한참을 기다린 뒤 겨우 주차를 할 수 있었다.

 

2. 각각의 라군이 가지고 있는 매력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아담하고 예쁜 인공 해변이 눈앞에 펼쳐졌다. 첫 번째 라군에는 멋진 성당이 있었다. 굴곡진 통유리가 인상적인 성당은 둥근 돔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유독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서 웨딩 촬영을 하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셋 다 물속에서 한참의 시간을 보냈다. 뜨거운 태양 덕분에 수온은 딱 놀기 좋게 미지근했다. 나는 쉽게 추위를 타는 체질이라 바닷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도 즐겁게 놀 수 있었다. 그러다 젖은 옷을 말릴 겸 네 번째 라군까지 해변을 따라 쭉 걸어가 보기로 했다. 차에 모든 소지품을 실어두고, 짐 없이 가볍게 걸었다. 각각의 라군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또 다르게 포인트를 준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두 번째 라군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다시 코올리나에 온다면 두 번째 라군에서 시간을 보내자고 남편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왕복 30분 정도 걷고 나니 옷의 물기가 제법 말라 있었다. 사실 바닷물 특유의 끈적임 때문에 찝찝한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여기는 하와이니까 예외를 두기로 한다. 

 

3. 이 맛에 장기 여행을 하는 거지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아들은 내 예상대로 잠이 들었다. 그래서 원래는 코올리나에 갔다가 야경을 보기로 했었는데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그 순간 '다음'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처럼 짧게 일주일 정도의 일정으로 여행을 왔다면 '다음'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곳을 가기도 바쁜데, 왔던 곳을 또 올 수는 없으니 말이다. 이런 게 바로 장기 여행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오늘 비가 와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루 정도는 숙소에서 푹 쉬고 맑은 날에 관광을 하면 되니 말이다. 오늘 못 한 게 있다면 다른 날에 해도 되니 늘 마음에 여유가 있다. 그러고 보면 '여행' 말고 이렇게 '살아보기'도 정말 괜찮은 것 같다.  

 

 4. '여행' 아닌 '살기'에서 빨래는 필수

아들이 일찍 잠이 들었으니 오늘은 남편과 함께 밀린 빨래를 하러 가기로 했다. 숙소 내에는 세탁기가 따로 구비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건물 1층에 있는 공용 세탁실을 사용해야만 했다. 무거운 빨래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불편했다. 특히 세탁이 끝난 후, 세탁물을 건조기에 넣기 위해 한 번 더 내려가야 하는 게 무척 귀찮았다. 하지만 작년에 북미에서 장기 여행을 할 때를 떠올려 보면, 지금 상황이 그다지 나쁜 것도 아니다. 그때는 코인 세탁소를 찾기 위해 차를 타고 얼마나 많이 돌아다녔는지 모른다. 같은 건물 안에서 빨래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우리의 보금자리가 있는 3층에서 1층까지 총 세 번을 왕복했다. 세탁할 때 한 번, 건조할 때 한 번, 수거할 때 한 번. 겨우 작업이 끝났다. 보송하게 건조된 뜨끈한 세탁물을 차곡차곡 개켜서 정리했다. 벌써 밤 열 시가 다 되어간다. 이제 조용히 자유시간을 누리다가 잠들면 딱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순간 아들의 목소리가 조그맣게 들려온다. 

- 아이 참, 오늘 세 번이나 잠들었네. 벌써 아침인 거예요?

 아이를 키워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건 공포 영화보다도 무서운 상황이다. 아들은 낮잠을 자며 에너지를 한가득 충전한 모양이다. 새벽 한 시까지도 지치지 않고 더 놀겠다고 고집 피우는 아들을 억지로 침대에 눕혔다. 물론 나의 꿈같은 자유시간도 사라졌다. 우리가 빨래라도 편히 하고 오라며 일부러 잠든 척을 했던 걸까. 정말 그랬던 걸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