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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가 함께하는 오키나와 여행

by 7pipeline 2023. 1. 19.

오키나와 츄라우미 수족관의 고래상어들

 

1. 남편 없이 해외여행

남편을 제외하고 친정 식구들끼리 오키나와 여행을 다녀왔다. 친정 부모님과 언니, 조카, 그리고 나와 아들이 그 구성원이다. 한참 말 안 듣는 어린 아들을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3박 4일의 짧은 일정이고 부모님도 계시니 괜찮을 것 같기도 했다. 비행기 탑승부터 혼자 씻기고 먹이고 챙기려니 남편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든든히 아침을 챙겨 먹고 숙소에서 나왔다. 아기를 동행한 여행이기 때문에 여행 계획은 따로 짜지 않았다. 보통은 동선을 고려해서 날짜대로 여행 계획을 짜는 편이다. 하지만 어린 아기가 있으면 변수가 많다. 따라서 가고 싶은 곳 몇 군데만 골라놓고, 형편에 따라 유동성 있게 움직이기로 했다. 가족여행이기 때문에 7인승짜리 귀여운 밴을 빌렸다. 운전은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언니가 맡아서 해주었다. 나는 아직까진 오른쪽 운전대가 낯설다. 사실 해외에서 운전을 한다는 것 자체도 두렵긴 하다. 만약을 대비해서 늘 국제운전면허는 발급해 가지만 운전을 하는 날이 과연 올지 모르겠다.

 

2. 만자모와 츄라우미 수족관

오늘의 첫 목적지는 '만자모'이다. '만자모'는 오키나와 섬의 중부 서해안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국립공원이다. 만자모라는 이름이 생긴 유래를 찾아보았다. 18세기 초의 류큐 왕이 이곳을 방문했을 때, 너무 넓어서 만 명도 앉을 수 있겠다고 말한 것이 그대로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도착한 날은 날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비는 둘째치고 바람이 무척 세차서 앞을 똑바로 보고 걷기 힘들 지경이었다. 처음엔 이슬비처럼 조금씩 내리던 빗줄기도 점점 거세졌다. 아침부터 드라이어로 정성껏 헤어 스타일링을 했지만, 매서운 비바람 앞에 내 머리카락은 미역줄기처럼 축축 늘어졌다. 이런 날씨에 관광은 무리였다. 결국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걷기 바빴다. 

하늘은 여전히 잿빛이다. 오후가 되며 비가 조금 잦아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분무기처럼 흩뿌리고 있었다. 실외활동은 어려울 것 같아서 츄라우미 수족관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수족관은 실내뿐만 아니라 야외 정원도 멋지게 꾸며져 있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우리는 안타깝게도 실내를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은 고래상어 피딩 쇼를 보기 위해 많이 오는 곳이다. 우리 역시 잠수부가 고래상어에게 먹이 주는 것을 보기 위해 기다렸다. 하지만 어린아이 둘은 한 자리에 가만히 있는 걸 무척 힘들어했다. 좋은 자리를 맡느라 계속 앉아 있었더니, 자꾸 밖으로 나가자며 짜증을 냈다. 결국 그렇게 피딩 쇼도 보지 못한 채 수족관을 나와야만 했다.

 

4. 코우리 오션 타워

다음날은 코우리 대교를 보기 위해 전망대를 찾았다. 전망대는 코우리 오션 타워에 위치해 있다. 굳이 전망대에 올라가지 않더라도, 주차장에서도 코우리 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일정이 짧은 여행자라면 굳이 전망대까지 올라가지 않더라도 주차장에서도 충분히 감상이 가능하다. 그래도 전기차로 전망대까지 오르락내리락하는 재미를 빼먹으면 섭섭하다. 비록 짧은 구간이지만 경사가 심해서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무척이나 즐거워했다. 코우리 오션 타워 안에는 사실 별로 구경할 만한 게 없다. 다양한 모양과 색색깔의  조개껍질, 그리고 소소한 기념품을 구경하는 게 전부이다. 굳이 이거 하나 때문에 시간을 내서 오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5. 오키나와 월드

이버엔 오키나와 월드에 갔다. 날씨가 좋아서 사진도 가장 많이 남긴 곳이다. 30만 년의 세월이 만들어낸 둥굴이라는 '교쿠센도'를 둘러봤다. 동굴이 어찌나 큰지 출입구에 에스컬레이터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어둡고 습한 동굴이지만 군데군데 조명등을 켜두어서 걷기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한참을 서서 넋을 잃고 바라봤던 류큐오아구 민가 마을의 유리 공방도 기억에 남는다. 유리로 그토록 다양하고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마지막으로 열대과일 농원까지 보고 나니 반나절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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