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와이 한 달 살기, 그 출발을 앞두다
지난여름휴가 때도 출발을 사흘 앞두고 열이 나기 시작한 아들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닷새 남은 시점에 우리 세 식구 모두 상태가 심상치 않다. 주말 운동회 때 날씨가 더웠다 추웠다를 반복하더니 결국 우리 모두 감기에 들게 한 것이다. 나는 목감기와 입병, 남편은 콧물과 눈병, 아들은 기침감기와 미열 증상을 보였다. 약을 먹고 요양하며 조금은 상태가 호전되긴 했다. 하지만 떠나는 날까지도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다.
아들은 집에서 요양하느라 월, 화, 수요일을 내리 결석했다. 하지만 '친구들과 인사하는 시간을 갖게 해주고 싶다'는 선생님의 요청으로, 출발 당일인 목요일에 두 시간 정도 유치원에서 시간을 보내도록 해주었다.
점심시간에 아들을 데려와 밥을 먹이고 덥수룩한 머리도 깎아주었다. 그리고 집에 들러서 마지막 점검을 하고 짐을 챙겨 나왔다.
2. 택시 기사님 vs. 공항버스 기사님
택시를 불러 타고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 집 근처 호텔 앞에서 내렸다. 15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지만, 기사님은 이것저것 물어보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연세가 제법 있어 보이는 어르신이라 혹시라도 이렇게 장기간 여행을 간다고 하면 염려하지 않으실까 싶었다. 하지만 그건 나의 편견일 뿐이었다. 그분께서는 아무리 바빠도 1년에 한 번은 꼭 해외에 나가려고 노력한다면서, 젊고 기회가 있을 때 여행을 많이 다니라고 격려해 주셨다. 택시에서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유쾌한 기사님 덕분에 한껏 좋았던 기분이 금세 사그라들었다. 바로 불친절한 버스 기사님 때문이다. 운전의 피로함을 손님들에게 풀 심산인 걸까. 어느 손님의 질문에 무척이나 퉁명스럽게 대꾸하는 기사님을 보니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3. 여행의 시작은 뭐니뭐니해도 공항이지!
버스를 타고 꾸벅꾸벅 졸다보니 어느새 공항에 도착했다. 출발 한참 전부터 '빨리 공항에 가고 싶다'며 노래를 부르던 아들의 컨디션은 최상이다. 이번에도 역시나 혼자 카트를 밀고 다니겠다며 고집을 피워 그 짧은 시간에 수도 없이 혼이 났다. 하지만 혼난 사실을 금세 잊어버리고 해맑게 웃으며 또 다른 말썽거리를 찾아다니는 아들이다.
티켓팅을 마친 후엔 밥을 먹고 커피도 한 잔 마시고 라운지로 향했다. 항상 밥 먹고 면세품 찾느라 허겁지겁 시간에 쫓겼는데, 이번엔 면세품을 구입하지 않아서 무척 여유가 있었다.
4. 어느새 우리는 하와이에 도착해 있었다
목요일 밤에 비행기를 타고 출발했는데,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목요일 오전이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시차는 정말 신기하다. 엄청나게 커다란 기종의 비행기가 만석으로 하와이에 도착했으니 입국 심사 줄도 어마어마했다. 나는 미국에서의 악몽이 떠올라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앞서 심사를 받고 있는 사람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생각보다 짧은 시간에 다들 심사대를 통과하는 것처럼 보였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다.
- 하와이는 처음이니? - 응
- 여기는 왜 온 거야? - 여행 왔어
- 얼마나 오래 있을 건데? - 한 달동안 머무를 거야
- 음식 또는 1만 달러 이상의 현금을 가져왔니? - 아니
- 그래, 좋은 시간 보내 - 고마워
그렇게 지문 스캔 후, 5분도 안 되는 입국 심사가 마무리 지어졌다.
5. 너무나도 충실한 렌터카 직원
하와이는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질 않아서 일단 렌터카는 일주일만 예약했다. 하지만 5일 정도 지내보니 아이가 있다면 무조건 전 일정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이미 필요한 모든 옵션을 넣어서 렌터카를 예약했기 때문에 차 키만 받으면 끝이었다. 하지만 렌터카 회사의 충실한 직원은 끊임없이 추가 옵션을 강요했다.
- SUV나 프리미엄급 차량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건 어때?
- 긴급출동 서비스도 필요하지 않아? 타이어가 펑크 날 수도 있잖아
- 연료 충전 서비스는 필요없어? 공항 근처에 주유소가 없는데, 여기에서 주유하려면 엄청 비싸거든
- 아이가 있네? 카시트는 있니?
처음엔 무척 생기발랄하고 친절했던 그 직원은, 계속되는 우리의 거절에 결국 무표정한 얼굴로 알겠다며 가보라고 했다.
6. 이제 우리가 한달동안 머무를 보금자리로 가볼까
숙소는 공항에서도 제법 가깝고, 위치는 정말 최고였다. 대형마트, 한국 슈퍼마켓, 일본 슈퍼마켓, 한국 음식점 등이 모두 도보로 가능했다. 숙소를 잘 고른 것 같다며 남편과 기분 좋게 웃었다. 잠시 후 일본인 호스트를 만나서 열쇠를 건네받고 간단한 주의사항을 전해 들은 뒤 우리는 숙소에 짐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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