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와이에 가려면 집부터 구해야지
하와이 여행이 계획된 건 지난해 말이었다. 하지만 그 사이 무척 많은 일이 있었기에 어쩌면 못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모든 예약을 차일피일 미룬 채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결국 8월이 다 되어서야 여행을 가기로 확정 짓고, 그 달 중순부터 숙소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매일은 아니지만 한 번 시작하면 서너 시간씩 부지런히 정보를 수집했다.
일단 하와이는 숙박비가 무척 비싸기로 유명하기 때문에 호텔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장기 여행을 하는데, 호텔에 머무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저렴한 호텔이라도 한 달 비용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또한 기간이 긴 만큼 숙소를 두 세군데 정도 고르고 싶었지만, 한 달을 통째 빌려야 저렴했기에 한 달짜리 숙소를 찾아보았다.
2. 내가 알아본 세 개의 인터넷 사이트
열심히 검색을 통해 세 군데의 인터넷 사이트를 선택하고 수시로 확인했다. 그리고 적당히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바로 메일을 보냈다. 내가 원한 조건은 무선 인터넷과, 주차, 부엌이 달린 집 전체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이밖에도 BBQ 그릴이나 수영장, 엘리베이터, 에어컨 등 선택 가능한 옵션은 무척 많았다. 그런 것들은 있으면 확실히 더 좋겠지만 예산 안에서 구하는 건 불가능했다. 모든 조건을 만족시킬 수 없으니 적당히 포기할 것은 포기해야만 했던 것이다. 알아보고 또 알아보고, 그렇게 떠나기 얼마 전까지 계속 알아봐야만 했다.
내가 검색에 사용한 첫 번째 인터넷 사이트는 현지인들이 직거래할 때 많이 사용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만큼 사기꾼도 많다고 한다. 실제로 저 사이트에서 두 명의 호스트가 나와의 거래를 시도했었다. 그들은 둘 다 자신의 사진과 신분증 등을 보여주며 '믿음'을 강조했다. 자신들은 믿을만한 사람이니 일단 돈을 보내라고 하며 장문의 이메일을 보냈다. 심지어 내가 가격을 절충해 달라고 말한 적도 없는데, 그들 스스로 알아서 깎아주기까지 했다. 좋은 컨디션의 집과, 그에 비해 터무니없이 저렴한 가격에 혹한 나는 실제로 돈을 보내기 위해 은행에 갔다. 하지만 집 주소를 검색해 본 남편이 아무래도 수상쩍다며 나를 말렸다. 결국 다음날 송금을 해주겠다고 일단 시간을 벌었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덕에 계약금 800 달러는 잃지 않을 수 있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내가 당할 뻔 한 그 수법이 전형적인 사기 행태라고 한다. 또한 실제로 사기를 당한 한국인도 제법 많다고 한다.
두 번째 인터넷 사이트는 첫 번째보다는 가격대가 조금 높았다. 하지만 내가 너무 늦게 알아보기 시작한 탓에 우리가 가려는 날짜는 대부분 예약이 완료된 후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호스트에게 이메일을 보내면, 광고에 나온 집이 아닌 다른 집을 계속해서 보여줬다. 실질적인 소득이 없어서 이 사이트 역시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세 번째 인터넷 사이트는 앞의 두 사이트에 비해 가격이 가장 비싼 데다가 청소비도 따로 청구했다. 게다가 수수료도 훨씬 비싼 편이었다. 하지만 저렴한 걸 찾다가 사기를 당할 뻔 했기에 그냥 안전하게 세 번째 사이트를 이용하기로 했다. 수수료가 비싼 만큼 한국인 상담원이 있어서 나의 문의에 바로 전화 답변을 해주는 서비스가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한 달간 장기 체류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호스트에게 가격을 절충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면 대부분의 호스트들은 미안하다며 거절하거나, 그 날짜는 예약이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답변을 준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결정된 나의 호스트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단박에 자동 거절 메시지를 보냈었다. 하지만 얼마 뒤 다시 메시지를 보내자 무슨 연유인지 무려 700 달러나 깎아주었다. 정확히 출발을 나흘 앞둔 시점이었다.
3. 에어컨 없이 무더위와 싸우게 될 줄이야
하와이에서의 우리집은 위치도 아주 마음에 들고 내가 원하는 조건도 대부분 만족하는 숙소였다. 아니, 적어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비록 일본인 호스트가, 에어컨도 없고 도로변이라 소음이 심하다고 얘기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큰 실수였는지 바로 그날 저녁부터 깨닫게 되었다. 집은 광고에 나온 대로 완벽하게 똑같은 형태였다. 우리 세 식구가 한 달간 지내기엔 부족함이 없는 깨끗하고 아늑한 숙소. 하지만 그 집에서 한 시간도 채 보내지 않고, 우리는 커다란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에어컨이었다. 하와이는 낮에는 매우 더울지라도, 해가 지면 서늘해지는 축복받은 섬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집에서만큼은 예외인 듯싶었다. 창문을 다 열어도 바람이 전혀 통하지 않고 마치 공기가 정체된 듯한 답답함이라고나 할까.
거실과 두 개의 방 천정에는 팬이 달려 있고 선풍기도 있었지만 집안의 후덥지근한 공기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집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스트레스가 될 만큼, 하와이에서의 에어컨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비용에 맞추느라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집이지만 시간을 되돌린다면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또 한 가지의 교훈을 얻었다. 진정한 여행이란, 남이 해주는 밥을 먹으며, 남이 청소해주는 방에서 지내는 것이라는 걸 말이다. 내 손으로 밥을 하고 내 손으로 청소하는 여행은, 여행이 아니라 그냥 '생활' 그 자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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