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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던 푸껫 여행

by 7pipeline 2023. 1. 17.

체온계와 다양한 색깔의 알약들

 

1. 아이는 중요한 날을 앞두면 꼭 아프다

아들은 좀처럼 아프지 않은 건강한 아이다. 하지만 아주 가끔씩 고열로 며칠씩 고생을 하기도 한다. 한 번 열이 오르는 날엔 순식간에 체온이 40도까지 오른다. 우리 부부는 처음에는 너무 놀라서 응급실로 뛰어가기 바빴다. 하지만 몇 차례 비슷한 일을 겪다 보니 어느 정도까지는 해열제를 먹인 후 지켜본다. 그 기준을 38.5도로 정했다. 해열제를 먹어도 효과가 없거나, 그 수치 이상으로 열이 오르면 바로 병원으로 향한다. 약을 먹인 후 병원에 데려가도 병원에서 해주는 건 딱히 없다. 그저 열이 내리기까지 통상 사나흘이 걸린다는 걸 안 뒤로는 서두르지 않는다. 큰 병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병은 저절로 치유되는 법이다. 감기가 낫기까지 약을 먹으면 7일, 약을 안 먹으면 7일이 걸린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약은 어쩌면 심리적인 치료제일지도 모르겠다. 

아들은 전 날 유치원에도 잘 다녀왔고, 밤늦게까지 친구들과도 잘 놀았다. 늦은 시간까지 놀이터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놀았던 게 무리가 온 걸까. 토요일 밤이 되자, 아들은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참 이상하게도 아이들은 꼭 밤이 되면 아프다. 순식간에 39도가 넘었다. 해열제를 먹이고 나니 아이의 몸이 차갑게 식으며 땀이 났다. 그러다 몇 시간이 지나 약 기운이 떨어질 때가 되면 다시 열이 오르기 시작한다. 나는 밤을 꼬박 새우며 두 시간마다 아이의 체온을 체크했다. 하필이면 여행 출발을 이틀 앞둔 시점이다.

 

2. 3대가 함께하는 여행

이번 여행은 우리 세 식구만의 여행이 아니다. 친정 부모님과 동생까지 동행한다. 호텔 숙박부터 차량 픽업, 액티비티까지 전부 내 이름으로 예약을 해 두었다. 자유여행이었으므로 일정도 우리 부부가 전부 짜 둔 터였다. 여행의 모든 부분을 우리 부부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우리가 가지 못하면 부모님과 동생의 휴가까지 망쳐버리는 셈이다. 왜 하필 이런 시기에 아픈 건지, 괜히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메르스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기였다. 혹시라도 공항의 열 감지기에 걸리는 건 아닐까. 출국이 금지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어야만 했다.

출발 당일 새벽 3시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해열제를 먹인 게 아홉 시간 전이다. 다행히 아이의 체온은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다.

수없이 되뇌며 손에는 계속 체온계를 쥐고 있었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아이의 이마에 체온계를 갖다 댔다. 한동안 집을 비우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마지막으로 도난 방지 알람을 켜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앱으로 미리 예약한 택시를 타고 공항버스가 정차하는 호텔 앞으로 갔다. 공항버스는 불편할 거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몇 번 타다 보니 이렇게 편하고 좋을 수가 없다. 물론 무거운 짐을 가지고 버스 승차장까지 이동하는 게 불편하긴 하다. 하지만 장기 여행을 할 경우, 비싼 공항 주차료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아들은 아직 나이가 어려서 버스 요금도 받지 않으니 훨씬 경제적이다. 

 

3. 공중분해 된 내 소중한 6시간이여

공항에 도착하니 다른 지역에서 출발한 부모님과 동생이 우리 가족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해서 얼굴에 피곤함이 역력했다. 오전에 출발하는 비행기 표를 다시는 끊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특가 표가 나오면 시간까지 고려할 여유가 없다. 저렴한 비용이 다른 모든 수고로움을 상쇄하는 것이다. 모두들 새벽부터 집에서 출발하느라 피곤해 보였지만, 반면 어딘가로 떠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두 흥분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우리의 이번 여행지는 푸껫이다. 하지만 내 손에 들린 비행기 표는 엉뚱한 도시로 가는 것이었다. 인천에서 하노이, 하노이에서 방콕, 방콕에서 푸껫으로 가는 표가 세 장이나 있었다. 애당초 우리 가족은 방콕에 가기로 했었다. 그래서 베트남을 경유하는 인천과 방콕 구간의 티켓을 구입했다. 하지만 표를 끊고 나니 푸껫에 갈 일이 생겨버렸다. 그래서 방콕과 푸껫 구간의 티켓을 추가로 다시 구입해야만 했다. 조금 더 신중하게 표를 끊었더라면 이렇게 힘들게 경유를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말이다. 성급하게 방콕 왕복 티켓을 먼저 구입하는 바람에, 직항으로 6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를 12시간이나 걸려서 겨우 찾아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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