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관광지는 Laniakea Beach
라니아 케아 비치는 오하우에서 항상 거북이를 볼 수 있는 해변으로 유명하다. 일명 'turtle beach'라고도 불린다.
주차장이 무척 협소해서 다른 차들이 세워져 있지 않았더라면 그냥 지나칠 뻔했다. 겨우 주차를 하고 보니 횡단보도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무단횡단을 했다. 빠르게 지나가는 차들 사이로 조심스럽게 길을 건넜다. 주차장에서는 보이지 않았는데, 길을 건너고 나니 길쭉한 나무들 사이로 조그마한 해변가가 보인다.
어제 갔던 샌디 비치와는 달리 이곳은 지면이 고르지 않다. 모래 역시 고운 모래가 아니라 발가락이 아파서 걷기 힘들었다. 샌디 비치가 서핑을 하기 좋은 곳이라면, 라니아 케아 비치는 스노클링에 적합한 곳이라고 한다. 잔잔한 파도에 몸을 맡기고, 산호초가 가득한 바닷속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하와이를 관광할 때는 필히 수영복을 챙겨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거북이를 볼 수 있다고 했잖아
그런데 분명 거북이를 볼 수 있다고 했건만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도 거북이는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제대로 찾아온 게 맞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해변가 한쪽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을 보니, 저쪽에 뭔가가 있는 것 같았다.
이런, 거북이가 맞다!
그 거북이는 우리가 해변가에 머물렀던 한 시간 동안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아주 가끔씩 눈만 꿈벅거릴 뿐이었다. 게다가 크기가 어찌나 큰지, 사람이 올라타도 될 것만 같았다. 우리나라의 전래동화가 생각났다. 등에 올라타면 바닷속을 헤엄쳐 용궁에 데려다준다던 바로 그 거북이. 이렇게 커다란 거북이를 동물원이 아닌 자연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혹시나 아들이 거북이를 만지겠다고 고집을 피우면 어쩌나 걱정스러웠다. 거북이를 보호하기 위해 사람들이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주변에 빨간 줄을 쳐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아들은 거북이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저 모래놀이와 파도를 피해 달리는 놀이에 심취했을 뿐이다.
3.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
저 멀리 바다를 바라보았다. 낚시하는 사람, 스노클링을 하는 사람, 사색에 잠긴 사람. 모두 저마다의 방법으로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 가족도 널찍한 바위 위에 신발을 벗어두고 바닷물에 발을 담갔다. 거친 모래와 차갑게 식은 바닷물이 발가락에 닿았다. 낮에 느꼈던, 햇볕에 달궈져 따뜻해진 바닷물을 상상하다가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내 그 온도에 적응한 내 발은 부지런히 바닷물을 휘젓고 다녔다.
9월의 하와이는 보통 여섯 시 반 정도가 되면 석양을 볼 수 있다. 빨간 태양이 순식간에 바닷속으로 숨어버린다. 그리고 이내 어둠이 찾아온다. 모두 집으로 돌아갈 시간임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아쉽지만 우리도 짐을 챙겨 주차장을 향해 걸었다.
4. 벌써 한국 음식이 이토록 간절할 줄이야
저녁을 먹기 위해 숙소로 가는 길에 아울렛에 들렸다. 북미 여행을 할 때 수없이 가보았던 아웃렛과는 달리 규모가 매우 작았다. 게다가 푸드코트도 따로 없고, 노천카페 수준의 작은 식당 몇 개가 전부였다. 폐장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남은 음식들을 저렴하게 팔고 있었다. 하지만 다 식어버린 데다가 말라비틀어진 음식을 보니 식욕이 뚝 떨어졌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집 근처에 있는 마트에 가서 장을 본 후, 숙소에서 밥을 해 먹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에 나갈 때마다 늘 느끼지만 끼니를 해결하는 문제가 쉽지 않다. 날 음식은 싫어하지만 그 외에는 별로 가려먹는 음식이 없는 편이다. 게다가 새로운 음식도 제법 잘 시도해보는 편이다. 하지만 해외에 가면 왜 이렇게 한국 음식이 간절한 건지 모르겠다. 하얗고 따끈한 쌀밥에 적당히 잘 익은 김치만 있어도 훌륭한 한 끼가 될 것 같았다. 매콤한 국물이 있는 라면 생각이 간절했다. 지금 이 순간, 먹고 싶은 것들을 나열하라면 밤을 새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다행히 하와이의 대형마트에서는 한국 음식 몇 가지를 팔고 있었다. 하룻밤만 꾹 참고 날이 밝으면 제일 먼저 마트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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